그렇게 살아갈순 없을까? 남겨둘 줄 아는 사람 으로...
보트에 몸을 싣고 하염없이 흔들리며 흘러가는 물결을 바라보는 사람들, 노천 카페에서 맥주와 식사를 시켜놓고 여유롭게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 아이를 서넛씩 데리고 나와 광장에서 참새랑 비둘기와 점심을 나눠먹으며 깔깔 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그들의 눈부신 게으름이 부러웠다. 프랭클린 플래너에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계획을 세우는 도시인들의 급박한 삶이 아니라, 햇살의 속삭임에 따라 오늘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바람의 숨결에 따라 오늘 만나고 싶은 사람을 정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을까.
마음으로 보는 아름다움 ----------
어느 현명한 왕이 여러 철학자들과 왕궁의 테라스에 앉아 아름다움은 어디에 존재하는가를 토론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뜰에서는 왕자와 고관의 아들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왕은 자신의 충직한 하인을 불러 보석이 촘촘히 박힌 모자를 주며 말했습니다. "이 모자를 저기 뛰어 노는 아이들 가운데 네가 보기에 가장 잘 생기고 아름답게 보이는 아이에게 씌워 주거라"
모자를 받아든 하인은 가장 먼저 왕자에게 씌워 보더니 다시 벗겨 말쑥하게 생긴 고관의 아이에게도 씌워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쪽도 마음에 썩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계속 값진 옷을 입고 있는 여러 아이들에게 돌아가면서 모자를 씌워 보았지만 그곳에 있는 어느 아이 하나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모자를 씌웠습니다. 그가 보기에 옷은 누추하지만 그래도 자기 아들에게 모자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모자를 씌운 채 아들을 왕에게로 데려갔습니다. "폐하 모자가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는 송구하게도 소인의 자식인 듯 하옵니다." 그러자 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철학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보게들, 잘 보았는가.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눈이 아니라 바로 마음이라네."
내가 가진 것을 다 써 버리지 않고 여분의 것을 끝까지 남겨둘 줄 아는 사람. 말을 남겨두고, 그리움을 남겨두고, 사랑도 남겨두고 정도 남겨두고, 물질도 남겨두고 건강도 남겨두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입니다. 말을 다 해버리면 다음에는 공허가 찾아 오고 마음을 모두 주어 버리면 뒤를 따라 허탈감이 밀려옵니다.
사랑을 다 해버리고 나면 다음에는 아픔이 많아 울게 되고 가진 것을 다 써버리면 불안해지고 그리움이 너무 깊으면 몸져 눕게 되고 젊음과 건강을 유혹속에 다 써 버리면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불타는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날마다 더욱 사랑해 가는 모습이 더 아름답습니다.
마음의 정도 다음 사람을 위하여 남겨두는 것이 좋고 기쁨도 슬픔도 다 내보이지 말고 다음에 얼마라도 감추어 두면 더 아름다울 것입니다. 사랑중에 가장 값진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오래 참고 인내하는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으로 만나는 사람이 참으로 반가운 사람이고 오래 가는 사랑이 귀한 사랑인 것입니다.
